
주목할만한 신예가 나타났다.
배우 김가란은 KBS 1TV 일일극 '여름아 부탁해'에 정소라 역으로 출연하며 시청자의 눈길을 끌고 있다. 아직은 대중들에게 낯선 이름과 얼굴이지만 감초 역할을 제대로 해내며 드라마의 감칠맛을 책임지고 있다. 원랜 이름도 없는 '정실장'이었던 역할은 김가란의 활약에 힘입어 '정소라'라는 정식 이름을 얻게 됐다.
우연히 본 보아의 연습생 시절 영상 덕분에 연예인을 꿈꾸게 된 이후, 단 한 번도 배우가 아닌 다른 꿈을 꿔본 적이 없다. 또래보다 빠르다곤 할 수 없지만 더 멀리 보고 있다. 김가란의 최종 목표는 칸 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는 것. 전도연·오나라같이 탄탄한 연기력에 어떤 역할도 소화할 수 있는 배우가 롤모델이다. 이제 막 배우 인생을 시작한 김가란의 10년 뒤가 기대된다.
-오디션 떨어졌을 때 극복하는 방법은. "처음에는 되게 힘들었다. 내가 못해서 떨어진 건 아는데 마음에 오래 남았다. 점점 정신을 차리게 되더라. 힘들어할 게 아니라 원인 파악이 제일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가 부족했고 다음에 뭘 보완할 건지. 후회하지 말자는 생각이 제일 컸다. 지금 좌우명도 후회하지 말자다. 똑같은 실수만은 하지 말자고 다짐했다. 어느 순간부터는 하나하나 다 기록하게 됐다."
-연기의 매력이 무엇이라 생각하나. "예를 들어 정소라 역할 같은 경우 이건 나고 나만 할 수 있는 거다. 분석한 대로 표현하고 그걸 보는 사람들이 내 연기를 믿어주고, 웃고 그런 반응을 볼 때 희열이 있다. 연기할 때 느껴지는 행복감도 있지만 남들의 반응을 보고 얻는 것도 있다."
-어릴 땐 꿈을 이루면 어떻게 될지 상상해보곤 하는데. "어릴 땐 막연하게 어릴 때 유명해질 거고, 돈도 많이 벌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스무 살이 되고 대학교에 다니면서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걸 몸소 느꼈다. 20대가 되기 전엔 오히려 불안하고 조바심이 났다. 내 또래 연예인들이 나와서 활동하는 걸 보며 '나는 안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그 시기가 지나고 나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더 길게 볼 수 있는 여유도 생겼고 눈이 넓어졌다. 지금은 전혀 불안하지 않다. 어릴 땐 막연한 자신감이 있었다면 지금은 내 위치를 더 정확하게 생각하게 됐다. 지금도 자신감은 있지만 허황된 게 아니다." -최종 꿈은. "칸에서 여우주연상을 받는 거다."
-이번 칸영화제를 보며 느낀 게 많았겠다. "어릴 때 칸영화제하면 추상적으로 권위있고 멋있는 시상식으로 생각했는데 점점 우리나라 작품들도 많이 출품되고 특히나 전도연이 여우주연상을 받고 '기생충'이 황금종려상을 받으면서 점점 '나도 할 수 있을까'가 아니라 '나도 꼭 하겠다'고 생각이 바뀌었다. 근거 없는 자신감일 수 있지만 근거 있는 자신감이 되도록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인생 영화나 인생 드라마가 있나. "'밀양'이다. '밀양'을 보고 많은 걸 느꼈다.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처음에 전도연의 연기 같지 않은 연기를 보고 너무 깜짝 놀랐다. 그때 당시 연기를 너무 잘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자연스럽게 보일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하던 차에 전도연을 보고 1차 충격을 받았고 미장센이나 연출이 많이 와닿았다. 학교에서 영화 관련 과제를 제출해야 하면 무조건 '밀양'에 대해 썼다."
-롤모델이 있다면. "전도연과 오나라 선배다. 오나라 선배는 너무 멋지다. 수년간 묵묵히 연기를 해오면서 쌓인 내공, 인고의 시간이 합쳐져 '나의 아저씨' 정희라는 캐릭터가 됐다고 생각한다. 또 그 내공을 바탕으로 'SKY 캐슬'에서 대세 배우가 됐다. 선배가 잘될 때마다 내 일처럼 기뻤다. 선배처럼 묵묵히 주어진 배역을 열심히 해서 누구든지 인정하고 찾아주고 불러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
-앞으로 해보고 싶은 역할은. "악역 해보고 싶다. 사연이 있는, 비련의 악녀 역할. 주위에서도 그런 역할이 잘 어울릴 것 같다고, 잘할 것 같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서 해보고 싶다. 자신도 있다."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 "참이슬(소주)처럼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늘 찾고 싶어지고 보고 싶은 배우가 되고 싶다."
이아영 기자 lee.ayoung@jtbc.co.kr 사진=알스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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